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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뱅크시, 그래피티, 미스터 브레인워시

by amunsa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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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포스터

 

10년 전, 처음 파리의 골목 거리를 거닐며 접하게 된 그래피티. 거칠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뱅크시(Banksy)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실제 런던 여행 중에서도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들을 당시에 볼 수 있었기에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뱅크시의 여정과 스트릿 아트의 진화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심오한 의미를 포착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자극하는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뱅크시는 예술계와 사회적 편견 등에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감독이자 아티스트인 뱅크시에 대해 알아보고, 스트릿 아트(거리 예술)로서의 그래피티의 역사와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예술의 의미에 대해 파악해보고자 한다. 

 

그는 누구인가? 뱅크시, 아티스트이자 예술계의 반항아

뱅크시는 아직까지도 진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다. 그래서 사실 그가 진짜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를 그저 한 명의 예술가로 두고 생각하면, 뱅크시는 유명세를 이용하여 예술 활동을 하는 그런 문화가 주도적인 세상에서 정체를 숨기고 익명성을 앞세워 성장한 보기 드문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뱅크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 보여주며 그가 영국 브리스톨 거리에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뱅크시가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것은 예술계에서 예술 작품보다 아티스트와 그 페르소나 자체에 더 열광하는 현상에 대한 도전장이자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동시에 뱅크시의 익명성은 예술의 상품화와 예술계 내 권력의 역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뱅크시의 역할 때문일까, 영화는 뱅크시를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종의 문화 선동가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재치와 풍자, 신랄한 사회적 논평은 예술적 표현의 관습적 경계를 무너뜨린다. 도시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텐실 쥐에서부터 웨스트 뱅크 장벽의 정치 풍자적 벽화까지, 뱅크시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모순되는 상황을 이용하여 사회적 문제에 일침을 가하고 또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 속에서도 뱅크시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예술적 반항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스트릿 아트와 그래피티, 주류 문화로 인정받다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그래피티가 그저 벽에 낙서를 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취급되다가 '스트릿 아트'라는 주류 문화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뱅크시가 그래피티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영화를 통해 도시를 캔버스 삼아 자유롭게 본인만의 예술활동을 하는 거리 예술가들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더욱이 오베이(OBEY)로 유명한 셰퍼드 페리(Shepard Fairey) 그리고 톡톡 튀는 색감의 작은 타일로 외계인을 그리는 인배이더(Invader) 같은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이야기까지 영화 속에서 다루면서 그래피티 장르에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고, 그래피티가 어떠한 활동인지와 더불어 그것의 다양한 스타일과 동기들을 보여준다. 한때 공공 기물 파손 행위로만 여겨졌던 그래피티는 강력한 형태의 자기표현과 문화적 행위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 출구>에서는 그래피티의 본질은 예술가들이 대중과 소통하고,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갤러리라는 독점적인 공간 개념에 도전하는 역동적인 예술 활동이라 이야기한다. 스트릿 아트, 즉 그래피티의 반항적인 정신은 직선적이며 차가운 도시의 모습과 시각적 대비를 이루며 이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민주적 형태의 예술 형식이 된다. 

 

예술인가, 아닌가. 논란의 미스터 브레인워시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로 스트릿 아트에 대한 세계를 엿볼 수 있지만 동시에 예술의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뱅크시만의 관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비디오그래퍼에서 거리 예술가로 변신한 티에리 게타(Thierry Guetta)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변신의 여정은 예술계를 둘러싼 예술의 상품화와 그 광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뱅크시는 예술의 창작 행위와 예술의 가치 그리고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함께 소비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뱅크시를 쫓아다니며 촬영을 하던 인물에서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라는 이름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 티에리 게타는 진정한 예술적 표현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하고 지극히 상업화된 그 광경을 보면서 총체적 현상에 대한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함으로써 예술의 상품화, 과대광고와 유명인이 역할, 진정한 표현과 인위적인 상업주의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대해 성찰하게끔 만든다. 실제로 서울에서 2016년에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어 그 전시를 보러 갔었다. 전시장에서 본 그의 작품들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접한 수많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업방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고, 작품에서 진정한 고찰보다는 화려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위에서 함께 살펴보았듯이 단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다. 뱅크시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에 대한 엿보기는 덤으로 하고, 스트릿 아트의 진화를 추적하고 예술의 본질적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적 선언문인 것이다. 뱅크시의 익명성은 얼굴 없는 군중에 대한 은유가 되고, 도시의 풍경을 야외 갤러리로 바꾸는 스트릿 아트의 예술적 표현은 점차 관객들 마음속에 스며들어간다. 뱅크시와 그의 동료들이 표현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의 의미와 그 복잡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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