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개봉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꽤 오래전에 보았다. 영화 포스터에 적혀있는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이라던가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생계밀착형 이면서도 코믹장르면서도 잔혹한 장르는 무엇인지 짐작도 잘 안 됐지만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삭막한 현실을 반영한 문구가 공감이 되고 영화가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할지 몹시 궁금해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이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굉장히 현대 사회에 시의성 있는 것을 다루고 있어 기억에 남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 '이정현'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이번 글에서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상징과 의미가 현재의 한국의 상황과는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 영화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상징과 의미의 나라의 앨리스
영화 제목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여 이정현이 연기한 앨리스 즉, 수남이 영화 속 세상에서 겪는 엄청난 변화와 혼란스러운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식물인간인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며 노력하는 수남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노동의 강도를 높여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점차 좌절하며 광기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다양한 불의와 학대 그리고 배신을 당하며 정신 건강이 점차 악화되는 수남과 이러한 수남이 광기에 빠지는 모습은 억압적이고 부패한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고, 수남의 환각과 왜곡된 인식 등 영화 속 초현실적 요소들은 사회적 억압이 초래한 심리적 피해를 상징한다. 피 묻은 지폐가 나오는 장면은 돈의 비인간적 성격을 의미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개인의 인간성을 박탈하고 극단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력의 원천이자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는 돈은 수남을 결국 경제적 절망에 빠지게 만들고, 엄청난 빈부 격차로 인해 한계에 몰린 수남은 폭력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수남이 사회에 대한 복수를 위해 폭력이라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은 그녀의 존엄성을 박탈한 환경에 대한 은유적인 반응이자 개인을 한계로 몰아가는 불의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반란을 상징한다. 또한 이렇게 극단으로 몰린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수남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은 더 큰 사회 문제의 축소판 역할을 하고, 겉보기에 평화롭고 목가적인 마을의 풍경은 그 안에 만연한 어두운 이면과 대조를 이루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부각한다. 이처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양한 영화 속 상징과 의미로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국의 사회 문화적 문제를 꼬집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화 속 다양한 의미와 상징으로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꼬집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으로는 역시 한국 사회에 핵심 문제 중 하나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주인공 수남은 소외된 환경에서 태어나 도살장에서 일하는 사회의 하층계층으로 표현된다. 수남은 일생에 걸쳐 소득 불평등, 기회 부족, 노동력 착취 등 사회적 약자로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겪어왔는데, 영화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많은 선진국과 마찬가지겠지만 한국도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만큼 빈부격차 또한 급속하게 확대되어 사회적 시스템이 그 격차를 완화시킬 완충작용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이런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개인의 안녕을 희생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강요하는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빈부격자와 더불어 함께 증가한 문제는 바로 권력의 부패이다. 영화는 부패한 권력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부패에 직면한 사람들이 겪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생생하게 그리며 권력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공정한 법률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성 불평등에 대한 문제도 다룬다. 수남이 당하는 착취와 학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강조하고,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성격의 수남이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로 변하는 모습은 사회적 역경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회복력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폭력은 문제의 해결법이 될 수 없기에 영화를 통해 제도적인 문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해외 반응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예리한 시선으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다. 해외 관객과 비평가들은 영화에 담긴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깊게 공감했다. 경제적 불평등,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개인의 파괴 등 이러한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기에 더욱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양한 세계적 영화제에서 언급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부천 국제 영화제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의 성공은 이 영화가 보편적으로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평론가와 관객 보두 안국진 감독의 비전과 쉽지 않은 주제를 강렬하게 풀어내는 그의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대한 해외 반응은 글로벌 영화계에 이런 영화 같이 더욱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촉발시켰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한국 영화일 뿐만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를 촉발하는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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