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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감독, 일본 민속 신앙, 정체성

by amunsa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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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

 

 

누가 나에게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꼭 얘기하는 영화들이 몇 개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중 하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펼치는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매우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미야자키의 모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미야자키의 세계 그리고 영화에서 펼쳐지는 비현실 세계의 조화가 마음에 휘몰아칠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나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이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지 알아보고자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타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의 핵심에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영화에서 치히로가 도착한 영혼의 세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는 실체의 장소이다(현실은 아니지만). 미야자키는 그 속에서 신비로운 생물이나 용과 같은 강의 정령을 사용하여 모든 생명체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전달한다. 특히 이 영혼의 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의 세계를 상징하며 그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소이다. 미야자키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고 강력하고 다차원적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 역시, 미지의 세계로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영혼 세계에 있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강의 신령인 하쿠는 용으로 변신하여 하늘을 날아다니고는 하는데, 미야자키 세계관에서 이 '비행'은 자유, 탐험, 제약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실제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에서도 하쿠가 저주에서 풀리는 순간도 하늘을 날고 있는 그 순간이다. 또한 미야자키는 일상의 순간과 평범한 활동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고는 하는데, 치히로가 목욕탕에서 청소를 하고 손님들의 심부름을하는 장면들이 화려하고도 디테일하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다.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본 민속 신화와 전통 신앙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독특하고 신기한 캐릭터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평소 일본 문화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것에 힘쓰고 있는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의 민속 신화와 전통 신앙의 많은 부분을 이 영화에 투영하였다. 강력한 마녀 유바바가 이끄는 목욕탕은 자연계에 서식하는 초자연적 존재인 요괴에 대한 일본의 전통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일본이 온천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만큼 목욕탕이 하나의 주요 장소로 나오는 것은 일본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의 관객들과 공유하려는 미야자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쿠로도 부를 수 있는 강의 정령에서부터 수수께끼의 정령인 가오나시까지 치히로가 영화 속에서 만나는 모든 정령들은 일본 신화에 있는 생물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목욕탕에서 오염된 기괴한 생명체였다가 치히로의 도움을 받아 탈바꿈을 한 정령은 일본 신화에 나오는 강의 신 '카와노카미'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데, 일본 민속에 널리 퍼져 있는 천연 수자원에 대한 존중의 의미와 정화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정령이다. 또한 영혼의 세계로 떠나 여정을 시작하는 치히로의 모습이 담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서사 자체가 영웅이 초자연적 영역에 들어가는 일본 신화의 맥락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가오나시나 먼지 정령들도 일본 민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츠쿠모가미'라는 무생물 정령(오래되고 사용되지 않은 물건에 서식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각을 얻는 영혼)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의 정체성, 이름을 찾는 여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둘러싼 다양한 흥미로운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이야기 중심에는 영혼의 세계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치히로의 여정이 있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에는 영화가 단순히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질문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이다. 영화의 처음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소녀로 묘사되는 치히로가 영혼 세계를 모험하며 도전에 직면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령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변하는 모습은 '정체성'이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나아가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이름이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마녀 유바바에게 치히로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센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 장면은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성이 상실되는 것을 상징한다. 빼앗긴 원래의 이름 '치히로'를 잃어버리지 않고 찾기 위한 치히로의 투쟁은 그녀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미야자키는 이런 요소들을 통해 사람의 진정한 자아는 자신의 이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는 종종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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