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 큐브릭 감독, 대중의 반응, 결말의 해석

<아이즈 와이드 셧> 포스터

 

거장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은 참신한 스타일과 타협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영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큐브릭은 욕망과 비밀, 사회적 허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글에서는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즈 와이드 셧>가 개봉했을 때의 일어났던 다양한 반응 그리고 영화의 미스테리한 결말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큐브릭 스타일의 정점 <아이즈 와이드 셧>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타일은 마치 비주얼의 교향곡 같다는 평가를 하곤 한다. 이러한 그의 영화 스타일은 <아이즈 와이드 셧>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성향을 가득 담고 있는데, 디테일한 연출과 신중한 속도감 그리고 롱 트래킹 샷(long tracking shot)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언어는 그림자와 빛이 만들어내는 춤과 같이 초현실적이고도 쉽게 잊히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큐브릭의 컬러 사용이 이번 영화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는 짙은 파란색과 풍부한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몽환적인 색감으로 가득 차 있어 더더욱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영화 전반에 걸쳐 마스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시각적인 은유로 우리가 일상에서 착용하는 가면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진정한 욕망과 정체성을 숨기려 하는 것을 상징한다. 느리면서도 세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속도는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한껏 증폭시킨다. 큐브릭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1점 투시 촬영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 빌 하포드 박사(톰 크루즈)의 은밀하면서도 놀라움으로 가득 찬 여정을 훔쳐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나타나는 시작적 요소들은 스탠리 큐브릭의 섬세함 덕분에 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비밀, 욕망, 사회적 규범의 취약함을 전달하는 상징적 언어로도 사용된다. 

 

영화를 둘러싼 대중의 반응

<아이즈 와이드 셧>이 개봉했을 당시 대중은 양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큐브릭이 의도적으로 촬영한 카메라의 느린 속도감, 다소 노골적인 성적 내용 그리고 영화의 미스테리한 내러티브는 관객과 비평가를 분열시켰다. 한쪽에서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대기적 긴장감과 큐브릭의 독특한 관점에 열광하며 길이 남을 걸작이라 칭찬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영화의 속도감이 느리고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며 캐릭터와의 감정적 연관성이 부족하다며 비판했다. 비평가들은 영화의 두 주연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면의 연기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폈는데, 두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적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두 캐릭터가 감정적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런 평가는 영화 전반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여러 측면에서 엇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이즈 와이드 셧>은 복잡한 내러티브, 다양한 시각적 상징,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주제에 대한 심오한 탐구에 대한 걸작이자 컬트 장르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에 대한 가지각색의 반응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자극하고 관객과 비평가로 하여금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큐브릭 감독의 능력에 대한 또 다른 증거가 되었다.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

<아이즈 와이드 셧>의 수수께끼 같은 결말은 온갖 추측과 해석의 대상이 되어왔다. 빌 하포드 박사가 미스테리한 여정을 시작하면서 영화는 모호한 느낌으로 마무리되며, 관객은 그가 겪은 경험의 의미와 이야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먼저 비밀 조직과 가면을 쓴 의식과의 만남으로 특징할 수 있는 하퍼드 박사의 여정은 예의 바른 사회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숨겨진 욕망과 위선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하고 동시에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관습 아래에서 은밀하게 숨겨둔 욕망의 극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은밀한 세계를 탐색하려는 하포드 박사의 선택은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뛰어넘어 호기심을 해소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아이즈 와이드 셧>의 결말은 사고의 과정이 정상인지를 판별하는 일종의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 역할을 하며 관객이 큐브릭이 그린 캔버스 위 그림에 자신의 해석을 투사하도록 유도한다. 욕망의 본질과 사회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호기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성찰을 촉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크리스마스 상점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사를 보며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말로만 영원을 약속하지 말고 지금 서로가 깨어있는 채로 사랑한다는 것에 감사하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즈 와이드 셧>을 통해 큐브릭 감독은 우리를 시각적이고 서사적인 미스테리로 초대하며 욕망과 사회 그리고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한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는 큐브릭 감독의 영화적 기량을 가감 없이 입증하며 관객들은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하모니를 오랫동안 마음속에 기억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양극단적인 반응 역시 영화에 신비로움을 더하며 영화의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영화의 결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독창성은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결말에 대한 수수께끼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