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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 사회 풍자, 글로벌 성공

by amunsa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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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포스터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영화관에서 봤을 때, 그 충격과 영화적 완벽함에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출과 미장센, 다양한 시각적 상징들, 배우들의 연기, 사회를 꿰뚫는 스토리 등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게 느껴졌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영화제 중 하나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뿐만 아니라 미국의 오스카상까지 수상하다니. 너무나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어 대사만 가득한 한국 영화가 글로벌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이 매우 놀라우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 감독 중 한 명인 만큼, 감독만의 디테일한 연출과 독특한 스타일로 영화를 구현하고,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 내러티브로 관객에게 생각의 자극과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글에서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고, 영화 속 풍자와 영화의 글로벌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 특징과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보석 같은 영화를 탄생시킨 거장이다.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매끄럽게 혼합하고, 사회 비판적 내용이 담긴 복잡한 서사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감독으로서의 기량이 정점에 도달한 건 바로 이 영화 <기생충>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국열차>에서는 종말 이후의 기차를 배경으로 계급 문제를 우화적으로 풀어냈고, <옥자>에서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식품 산업에서의 동물 학대 문제를 다뤘다. <기생충>도 예외는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사회의 계급 격차와 불평등을 비판하고 그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특징적인 연출 스타일 중 하나는 바로 여러 장르의 결합이다. 그의 초기 작품인 <살인의 추억>에서는 서스펜스 넘치는 범죄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를 결합했고, <괴물>에서는 SF와 스릴러 그리고 가족 드라마 장르를 혼합했다. <기생충>도 여러 장르를 결합한 봉준호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영화는 블랙 코미디로 시작하여 영화가 전개될수록 예상치 못한 반전과 함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전환된다. 봉준호 감독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은 바로 디테일한 시각적 스토리텔링에 있다. 감독은 의미의 전달을 위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과 물리적 건축을 자주 사용한다. <설국열차>의 배경이 되는 기차 공간은 각 사회 구조를 반영하고 있고, <기생충>의 부유한 집과 가난한 집의 극명한 대조는 건축을 활용하여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대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속 사회 풍자

본질적으로 <기생충>은 사회적 불평등과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던지는 영화이다. 영화는 사회적 상류층과 하층, 두 계층 간의 극명한 격차를 드러내며 결점과 부조리함을 폭로한다. 부유한 박동익(이선균) 가족의 집과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살고 있는 김기택(송강호) 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은 계층의 격차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영화 속 배경과 건축 공간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사회적 계층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기택네 가족이 박동익 집에서 본인의 반지하 집으로 이동하는 것은 단순한 배경의 전환이 아닌 점차적으로 하강하는 사회 계층의 여행이다. <기생충>의 지하실은 안식처이자 동시에 감옥이다. 박동익의 전 가사도우미인 문광의 남편 근세가 살고 있는 숨겨진 지하실은 극한의 빈곤 속에서 발 뻗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이 된다. 동시에 이러한 장면은 하층계층의 보이지 않는 투쟁과 지하실의 존재를 모르는 부유층의 무지를 풍자하는 요소가 된다. <기생충>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비 내리는 장면은 또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 등장한다. 쏟아지는 비는 등장인물의 죄와 비밀을 씻어내는 정화의 힘을 상징한다. 하지만 비의 힘도 모두에게 공정하게 작용되지 않는다. 동익에게는 안도감이나 그저 풍경으로 작용하는 비는 기택 가족에게는 재난이 된다. 폭우로 집에 홍수가 난 기택 가족은 동익의 집으로 모여드는데, 이를 통해 감독은 비가 혼란과 재난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일시적이라도 사회의 위계를 해체하는 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묘하게 시사한다.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글로벌 성공의 표본 <기생충>

역사상 오스카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적은 없었으나, 그 역사를 <기생충>이 뒤바꿨다. 어떻게 <기생충>은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권위 있는 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성공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주제의 보편성일 것이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불평등, 계급투쟁, 계층이동에 대한 인간의 욕망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문제를 다룬다. 사회적 상승을 열망하는 기택네 가족의 투쟁은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 관객에게 울려 퍼지고, 다양한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격차를 반영하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문화적 차이는 뛰어넘을 수 있어도 이전까지 언어적 차이는 극복하기 매우 어려워 영어가 아닌 영화의 국제적 성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생충>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해 이러한 편견에 도전했다. 영화의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 풍부한 캐릭터, 몰입감을 높이는 연출 등이 언어 대신 많은 이야기를 했고, 관객과 깊은 관계를 맺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행동과 표현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과 정서적 깊이 역시 자막을 무의미하게 만들며 영화의 언어적 격차를 해소했다.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 <기생충>이 더욱 성공할 수 있게 만든 것에는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컸다. 영화를 본 후, 마음을 빼앗긴 관객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찬사를 올리기 시작했고, 퍼져가는 입소문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기생충>을 꼭 봐야 할 영화로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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