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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미국 민주사회 속 문제, 마이클 무어의 스토리텔링,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

by amunsa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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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11/9> 포스터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영화는 이번에 처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의 이름 너무나 많이도 들어왔다. 그리고 의료 민영화와 관련한 영화 <식코>에 대해서도 수차례 들어봤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왠지 재미없을 것만 같은 느낌과 편견에 그동안 보지 않다가, 왓챠에서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원제: Fahrenheit 11/9)>가 곧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 '재생하기'를 눌러보았다. 그리고는 멈출 새도 없이 몰입해서 끝까지 영화를 봤다. 왜 마이클 무어가 이리도 유명한지, 왜 그가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흥행할 수밖에 없는지 깨달았고, 한국인으로서 전혀 알 수 없었던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여러 정치적 ·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에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탐구하며 2016년 미국 대선 전후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과 그리고 그 사건들에 큰 역할을 하는 미디어를 조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에서 강조하는 여러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마이클 무어의 스토리텔링 스타일과 영화 속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로 보는 미국 민주사회 속 문제들

평소 기득권층에 대한 날것의 비판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는 이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를 통해 미국의 트럼프 시대를 정의하는 여러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문제들에 대해 그만의 시각을 담아 말한다. 물론 영화의 중심에는 트럼프가 있다.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출마 당시 나조차도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진짜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줄이야! 마이클 무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 당선의 요인을 파헤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는 평소의 파격적인 행실처럼 선거 캠페인 또한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진행했고, 그전부터 차츰차츰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투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해 투표를 기권하고, 결국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2016년 대선의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선 이전의 주요 사건으로 영화는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플린트의 수자원 위기를 다루고 있다. 2010년 미시간의 주지사로 당선된 릭 스나이더는 트럼프처럼 정치 경험이 없는 기업가였다. 그는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고 민영화시키면서 시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기업가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시작했고, 화룡점정으로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인 플린트의 수자원까지 건드린 것이다. 깨끗한 호수에서 물을 공급받던 플린트의 주민들은 릭 스나이더로 인해 산업 하수 처리장이 된 플린트 강에서 물을 공급받게 되었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오염된 물에 들어있는 납을 먹어 심각한 건강문제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많은 정치인들이 미국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포함해서 말이다. 시민들의 실망감은 투표 기권으로 이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에서까지 투표와 정치 비리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는 트럼프 당선 이후의 사회 문제도 조명한다. 인종 차별 문제와 그로 인해 점점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 그리고 전국을 휩쓴 교사 파업과 가슴 아픈 사건인 플로리다 학교 총격 사건까지.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촉구한다.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로 보는 마이클 무어의 스토리텔링 방법

위에서 언급한 영화 속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보면 그 무게가 무겁기도 하고 심각하여 영화가 재미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그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재미와 감동이 넘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마이클 무어가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링 방법 중 하나는 정치적 내러티브를 인간화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 즉, 정치인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정치 문제도 인간적으로 공감하며 감정적 경험이 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종종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아낸다. 그의 개인적 일화를 다큐멘터리에 녹여내며 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시각적 연출은 스토리텔링 경험을 향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감독은 아카이브 영상, 뉴스 클립, 현장 촬영, 인터뷰 등의 자료 화면들을 능숙하게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역동성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시각 효과는 전반적인 시청 경험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아이디어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도 강력한 도구가 된다. 또 영화를 보며 특징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영화의 속도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고들 얘기하는데, 마이클 무어가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에서 보여주는 강약조절은 영화로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에너지 넘치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장면 전환을 하다가도 강조해야 하는 순간이나 감정적인 순간 또는 성찰을 위한 순간에는 의도적으로 속도감을 늦추면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로 보는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에서 트럼프를 제외하고 영화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미디어이다. 영화는 미디어가 어떻게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고 왜곡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는 미디어가 트럼프 시대에 트럼프의 파격적이며 비정상적인 정치 행위를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감독은 뉴스 보도와 미디어를 분석함으로써 특정 이야기들이 어떻게 증폭되거나 경시되어 대중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한다. 더불어 미디어의 끝없는 선정주의에 대한 요구를 탐구한다. 언제나 관심을 끄는 헤드라인과 속보를 추구하는 미디어들로 인해 진짜 중요한 것들이 무시되고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고 감독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스스로가 소비하는 정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수동적으로 정보들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안목 있는 정보의 소비자가 되도록 촉구한다. 또한 감독은 언론 보도가 사실의 정확성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가치를 우선시하여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지는 분위기를 비판한다. 그만큼 정보가 넘치는 현대 시대에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는 미디어가 극단적인 관점을 증폭시키고 선정적인 논란을 부추기고 분열적인 정치 분위기를 부채질했다고 주장하며 건강한 민주 사회를 향하기 위해서 미디어가 취해야 하는 태도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재고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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