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레옹>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라도 마틸다의 짧은 단발머리와 초커 목걸이, 레옹의 똥그란 선글라스와 긴 검정코트 그리고 골무 같은 비니의 이미지나 이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패러디들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1994년에 개봉한(한국 개봉은 1995년)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은 약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미디어에서 회자되고 패러디되며 영화의 엄청난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부터 <레옹>의 주인공들을 패러디한 이미지들을 수 없이 봤었고 그 실체가 궁금하여 이 영화를 보게 되었었다. 매력적인 캐릭터,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내러티브와 연출에 압도당하며 왜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아직까지도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회자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레옹>의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고, 그 영향력을 강화하는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 그리고 매력적인 의상 디자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레옹>의 시대를 초월한 영향력
<레옹>이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가장 큰 지점은 바로 전통적인 장르에 대한 일반적 기대를 뒤집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액션, 범죄, 스릴러 장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러한 이름표들을 초월하여 장르적 규범에서 벗어난 다양한 변칙으로 채워졌다. 보통 전통적인 액션 장르의 영화들은 화려한 액션이나 폭력적인 장면 등의 묘사가 두드러졌지만 <레옹>은 액션 장르의 특성은 묘사하면서도 캐릭터들의 서사와 감정으로 핵심을 전환하여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많은 영화 제작자들은 강렬한 액션 장면과 풍부한 캐릭터 개발을 결합하는 것의 잠재력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액션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레옹>의 중심에는 강렬한 캐릭터와 그들의 복잡한 관계로 엮인 서사가 있다. 장 르노(Jean Reno)가 연기한 주인공 레옹은 표면적 모습은 매우 냉정하고 계산적이지만 단순히 냉혹한 암살자가 아닌 도덕적 규범을 지니고 연약한 감정을 숨기고 있는 미묘한 캐릭터이다. 이와 대조되는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 연기한 마틸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은 성숙한 캐릭터이다. 레옹과 마틸다 관계의 역동성은 기존 멘토나 부녀 관계와는 차원이 다른 색다른 감정적 유대를 만들어간다. 이들이 만든 감정의 깊이는 관객에게 심오한 울림을 주고, 두 주인공에게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인간미에 관객들은 공감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그 감정을 이어가 그들 마음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영화의 연출 역시 <레옹>의 영향력이 많은 기여를 한다. 뉴욕의 먼지 투성이 거리부터 레옹의 좁은 아파트까지 각 장면은 세심하게 제작되어 내러티브에 깊이를 더하고 감독의 세심한 프레이밍은 서사의 감정적 흐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시각적인 요소와 영화 스토리라인의 완벽한 조합은 영화의 전반적 경험을 향상시키며 <레옹>을 강렬한 영향력을 지닌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레옹> 속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
영화 <레옹>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데에는 영화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며 그들의 관계 역시 매력과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두 주인공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는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고독한 암살자 레옹과 가족의 폭력적인 죽음의 여파로 너무 일찍 성인이 된 어린 소녀 마틸다 사이의 감정적 유대는 일반적인 멘토-멘티의 관계를 초월한다. 비극 속에서 위안을 구하던 마틸다는 마음의 안정과 구원의 원천으로 레옹을 붙잡고, 레옹은 마지못해 아버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는 역경 속에서 형성된 임시 가족이 된다. 대리부녀가 된 그들 관계의 영향력은 그 진정성에 있다. 말수가 적은 레옹은 마틸다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치거나 킬러라는 직업의 가혹한 현실로부터 마틸다를 보호하는 등 섬세한 몸짓과 행동으로 마틸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마틸다는 레옹이라는 고독한 존재에 목적의식과 인간성을 부여한다. 폭력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강인해진 레옹은 자신도 모르게 마틸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수호자가 되고 또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와 싸우는 마틸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며 치유의 통로가 된다. <레옹> 속 두 주인공,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의 감정의 교류를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영화는 아버지의 사랑과 자식을 위한 헌신 그리고 무언가 더 모호한 무언의 감정의 경계들을 섬세하게 다룬다. 이런 정서적 모호함은 그들의 유대 관계에 복잡성을 더하며 가족과 사랑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한다. 레옹과 마틸다의 대화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눈빛과 몸짓 같은 무언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는 두 사람 사이에 더 깊은 감정이 생길 가능성을 암시하며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의 본질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상 디자인
영화 <레옹>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영화 속 의상 디자인일 것이다. 의상 디자이너 마갈리 구이다스키(Magali Guidasci)의 손에서 탄생한 영화 속 의상은 단순한 미적 측면을 뛰어넘어 서술적 도구가 되고, 캐릭터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어둡고 눈에 띄지 않는 의상이 특징인 레옹의 시그니처 룩은 그의 직업의 은밀한 성격과 사회의 그늘 속에서 익명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반영한다. 레옹 옷의 디테일한 재단과 섬세함은 숙련된 암살자로서의 역할에 걸맞는 정확성과 전문성을 전달한다. 레옹 의상의 단순함은 그의 내면의 복잡성을 강조하는 역할도 하며, 관객이 표면 아래에 숨겨져 있는 캐릭터의 감정을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레옹의 의상은 일관적인데, 이 일관성은 시각적 기준이 되어 레옹 스스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틸다는 영화의 전개에 따라 의상이 달라지며 마틸다의 여정과 변화를 반영하는 시각적 타임라인의 역할을 한다. 영화 초기, 마틸다는 어린아이 같은 밝은 색상의 드레스를 입어 마틸다의 순수함과 연약함이 강조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마틸다의 의상은 보다 실용적이면서도 어두운 복장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마틸다가 레옹의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세계에 동화되는 것을 상징한다. <레옹>의 악역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스탠스 필드의 캐릭터는 화려한 옷차림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스탠스 필드의 흐트러진 외모와 독특한 의상은 캐릭터의 불안정한 성격을 반영하며 스탠스 필드가 내러티브에 부여하는 혼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레옹의 차분하고도 어두운 옷차림과 스탠스 필드의 허식적인 의상의 대조는 영화 내의 도덕적 이분법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의상 디자인은 영화의 스토리텔링 경험을 향상시키며 영화의 주제적 깊이를 풍부하게 하고 관객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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