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택시'라는 제목과 연상되는 영화는 프랑스의 액션 장르 영화인 <택시>나 한국 영화인 <택시운전사>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가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쇼를 기획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다른 영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도 이 영화가 이따금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영화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 궁금했지만 볼 수 있던 플랫폼이 없던 찰나에 '왓챠'에 이 영화 <택시 드라이버>가 올라왔기에 궁금증을 달래기 위해 서둘러 보게 되었다. 영화는 1970년 암울한 뉴욕시를 배경으로 베트남 참전 용사이자 택시 운전사인 주인공 트래비스의 도시 속 삶과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와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당시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남아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1970년대 뉴욕에 대해 알아보고, 주인공 트래비스와 이 캐릭터를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그리고 영화 속 장면과 대사의 상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묘사하는 1970년대 뉴욕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 막연하게 뉴욕을 떠올리면 자유의 여신상과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빌딩들, 드넓은 센트럴 파크, 강렬한 네온사인과 광고가 가득한 타임스퀘어, 유명한 미술관과 브로드웨이 쇼 등 화려하면서도 모던한 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묘사하는 1970년대의 뉴욕은 지금의 뉴욕 이미지와는 같은 곳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의 뉴욕은 경제적 쇠퇴, 범죄율 증가, 정치적 부패 문제들로 씨름하는 격동의 시기였다. 영화는 뉴스 보도, 정치 집회 등 사회 정치적 분위기를 그리며 붕괴 직전의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온사인과 지저분한 거리로 점철된 거리는 당시의 사회적 분열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촬영 감독인 마이클 채프먼(Michael Chapman)은 렌즈를 통해 황폐한 건물, 낙서로 뒤덮인 지하철, 공기 중의 뚜렷한 긴장감을 포착한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묘사하는 도시의 암울함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필수적 부분으로 영화의 주인공 트래비스의 고립감과 소외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택시운전사인 트래비스는 택시 안에서 도시를 순회하며 사람들의 외로움을 관찰한다. 그는 택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만남들은 그저 표면적일 뿐 더 깊은 고립감과 개인 간의 단절을 강화시킨다. 결국 트래비스는 1970년대 뉴욕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사회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와 로버트 드 니로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중심에는 로버트 드 니로가 강렬하게 연기한 트래비스 비클이 있다. 트래비스는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에서 택시 운전사로 변신해 1970년대 뉴욕의 혼란 속을 표류하고, 도시는 대도시에 내재된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트래비스의 정신을 반영하고 형성한다. 트래비스의 심리는 고립, 소외, 왜곡된 도덕적 판단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영화에서 단절된 대화로 표현되는 택시 승객과의 상호작용은 트래비스의 정신 분열적 성격을 보여준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트래비스는 그를 둘러싼 도시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반응으로 점차 자경단처럼 변한다. 독백으로 전해지는 트래비스의 일기는 도시에서 아웃사이더가 된 한 남자의 외로움, 편집증, 왜곡된 도덕 감각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가 폭력적 반응을 선택하며 자경단이 된 것은 개인적 혼란의 산물이자 그를 둘러싼 도덕적 타락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독특한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하는 트래비스의 모습은 그가 더욱 극단적이고 반항적인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시에 모히칸 스타일은 트래비스가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고 주류 문화로부터 소외되었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트래비스 역할에 생명을 불어넣은 로버트 드니로는 매소드 연기의 대가이다. 트래비스라는 역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로버트 드니로는 한 달 동안 12시간 교대로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실제 현장과 직업적 디테일을 습득했다. 또한 트래비스의 외로움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 드니로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드니로의 캐릭터에 대한 헌신은 체중 감량과 모히칸 스타일까지 확장되었고, 이로 인해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트래비스 캐릭터의 현실감을 쉽게 잊지 못한다. <택시 드라이버>는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간의 시너지가 완벽하게 구현된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상징으로 가득 찬 장면과 명대사, You Talkin'to Me?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는 상징으로 가득 찬 장면들로 영화의 풍부한 내러티브에 큰 역할을 한다.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은 도시의 타락을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을 상징하고, 택시는 그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분리된 모습을 나타낸다. 도시를 끊임없이 뒤덮는 비는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를 정화하는 것을 상징하고 동시에 도시의 부패의 때를 씻어낼 수 없는 무능력을 상징한다. 영화 전체에 미묘하게 스며들어 있는 빨간색은 폭력을 연상시키고 점차 임박해져 오는 위험의 전조 역할을 한다. 포르노 영화관과 트래비스 아파트의 텔레비전은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트래비스의 정신에 미치는 미디어의 광범위한 영향과 사회적 폭력과 자극에 대한 둔감함을 반영하고 있다.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10대 매춘부 아이리스는 도시의 잔혹한 현실로 인해 타락한 순수함을 상징하고, 아이리스가 선글라스를 끼는 모습은 그녀의 취약성과 그녀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숨기려는 것을 의미한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명대사는 "You Talkin'to Me?(나한테 말하는 거야?)"로 드니로가 즉흥적으로 표현한 이 대사는 주인공 트래비스가 광기에 빠지는 모습을 담은 상징적인 순간이다. 거울 앞에 홀로 서서 가상의 인물과의 대결을 연습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혼잣말이 아니라 트래비스의 분열된 정신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현실과 점점 더 멀어지는 트래비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대상에게 'You'라는 2인칭을 사용하는 트래비스의 모습은 그의 내부의 소외감과 내적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 대사의 특징은 모호함에 있는데, 이 모호함은 트래비스의 외로움의 표현,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 또는 내적 혼란의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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