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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 프랑스의 사회적 문제, 재활, 캐스팅

by amunsa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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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 프랑스 포스터

 

어떻게 이 영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프랑스 영화가 보고 싶긴 했는데 다른 선택지도 없었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상황에 이 영화가 나에게 있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처음엔 다른 영화로 착각하고 보게 되었는데 내가 예상한 영화가 전혀 아님에도 영화를 끌 수도 없었다. 영화 초반부터 무슨 이야기인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인공 '말로니'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2015년 개봉한 엠마누엘 베르코(Emmanuelle Bercot) 감독의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비행 청소년 말로니와 그를 어른이 될 때까지 보호하려는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원제 'La Tête Haute'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당당하게'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이다. 영화 속에서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마는 말로니가 결국에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게 되는 희망을 의미하는 제목인 듯싶다. 프랑스라는 나라와 문화를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1년 정도 살아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프랑스의 사회 문제나 프랑스의 청소년 사법 제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가 보여주는 프랑스의 사회적 문제와 이를 위한 재활의 과정 그리고 영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캐스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프랑스의 사회적 문제 

프랑스 청소년 사법 제도에 얽매인 어린 소년 말로니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는 영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사법 제도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복합적으로 탐구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아무래도 프랑스의 청소년 사법 제도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비행 청소년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조명하고 있는데, 주인공 말로니를 통해 제도가 진정한 재활을 제공하기보다는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트리는 시스템적 복잡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다. 법정 장면이나 심리 상담 세션 장면은 비행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부재한 현실에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직면한 장애물을 극명하게 상기시킨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다른 사회적 문제는 붕괴된 가족으로,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안정적인 가족 구조 없이 성장하는 개인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가슴 아프게 묘사한다. 아빠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마약 중독에 빠진 엄마 때문에 6살부터 보호시설에 살게 된 말로니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빈곤, 중독, 방치로 인해 분열된 가족을 상징한다. 영화는 말로니와 가족의 모습을 통해 위기에 빠진 가족을 위한 사회적 책임과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영화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사회적 방치'를 이야기한다.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는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방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며, 빈곤과 범죄 그리고 절망의 순환을 막고 개인의 진정한 재활을 위해서는 단순히 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화는 말로니를 더불어 재활원에 있는 아이들을 통해 상황의 희생자이자 소외된 청소년들을 방치하는 사회가 과연 더 큰 사회적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재활의 과정 

영화가 프랑스의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다 해서 비관적인 상황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에는 '재활'이라는 주제도 있다. 사회와 개인이 과거의 사슬을 끊고 구원을 향한 길을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영화는 재활을 단순한 처벌이나 교정 같은 선형적인 과정이 아닌 자기 발견과 사회적 인정의 포괄적인 여정으로 제시함으로써 재활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게 한다. 주인공 말로니는 범죄의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해 징벌적 조치를 넘어 재활이 확대되는 청소년 사법 제도 내에서의 변화를 경험한다. 동정심과 이해심 많은 판사 플로랑스와 헌신적인 법정 보호자 얀 그리고 말로니의 만남은 재활을 공동의 이해와 공감 및 헌신이 필요한 과정으로 묘사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영화는 재활을 향한 여정이 도전과 좌절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재활이라는 과정의 이상화된 묘사 대신 결코 아름답지 않고 예측할 수 없으며 좌절적이기도 한 측면을 그대로 묘사한다. 이는 재활을 위해 노력할 때 직면하는 현실적 복잡성에 대한 거울의 역할을 하고, 주류 미디어에서 종종 묘사되는 즉각적이고 완벽한 재활에 대한 비판의 역할을 하며 개인적 및 사회적 재활에 내재된 걸림돌을 극명하게 표현한다. 관객은 영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며 한 개인을 구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어떤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는 진정한 사회적 재활을 위해서는 비행의 악순환에 기여하는 빈곤, 붕괴된 가족 구조, 부적절한 지원 구조와 같은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탁월한 캐스팅 : 로드 파라도와 카트린 드뇌브 

영화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며 주인공 말로니 역할을 맡은 배우 로드 파라도(Rod Paradot)가 배우가 아니고 진짜 비행 청소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판사 플로랑스 역의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야 워낙에 유명한 프랑스 국민 여배우이기에 믿고 영화를 봤지만 배우 로드 파라도의 등장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향력 있는 영화의 중심에는 항상 완벽한 캐스팅이 있듯이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엠마뉴엘 감독의 탁월한 캐스팅과 배우들과의 협업은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생생하게 전달하게 했고, 사회적 도전과 개인적 구원에 대한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영화계에 새롭게 등장한 신인 배우 로드 파라도는 영화에 예측 불가능함을 불어넣었다. 이전 출연 영화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선입견에서 벗어나 빈 캔버스처럼 말로니 역할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로드 파라도는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청소년의 반항심부터 고뇌하는 영혼의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전달하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카트린 드뇌브 역시 프랑스 국민 여배우답게 영화 속에서 우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말로니의 격동적이고 과격한 성격과 반대되는 자비롭고 절제된 성격의 판사 캐릭터를 통해 카트린 드뇌브는 영화에 세련미를 더하며 영화의 내러티브를 보완한다. 말로니의 내면적 어려움을 전달하는 로드 파라도의 능력과 엄격하면서도 자비로운 판사 역할의 카트린 드뇌브 그리고 엠마뉴엘 감독의 연출적 기교가 만나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뛰어넘는 영화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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