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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가씨> 박찬욱 감독, 숙희와 히데코, 은유와 상징

by amunsa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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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포스터

 

영화 관련 포스팅을 올리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앙금 없는 붕어빵 같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작품성이야 워낙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심지어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헤어질 결심>도 아직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 직전 영화인 <아가씨>는 영화관에서 인상 깊게 봤었기에 이 영화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2016년에 개봉한 <아가씨>는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각색하여 만든 영화로, 1930년대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 간에 엮여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 영화의 핵심인 숙희와 히데코의 관계, <아가씨> 속 은유와 상징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 

박찬욱 감독은 꼼꼼하고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색상, 구성 및 촬영법 등 각 프레임마다 세심하게 구성하여 영화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관객의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박찬욱 스타일의 특징 중 하나인 색채의 활용은 <아가씨>에서 그 정점을 이룬다. 영화 장면 중 스며들어오는 생생한 빨간색은 열정과 욕망을 상징하고, 차분한 색감의 톤은 영화의 서사를 감싸는 비밀이나 신비를 의미한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에서 와이드 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영화에 웅장한 분위기를 부여하여 관객을 영화적 분위기에 몰입시킨다. 반대로 클로즈업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 묘사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영화의 흐름을 관객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내러티브를 발전시키고 관객의 본능적 반응을 유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박찬욱 감독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복잡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이다. <아가씨>는 관객이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계속되는 반전을 보여주는데, 이런 복잡한 서사에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관객이 계속 추측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지속적으로 연결시키고, 관객들이 미스터리가 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 관객을 끝없는 긴장감에 빠뜨린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초기 작품과 다른 성욕과 욕망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내러티브에 정교함과 복잡성을 더한다. 

 

<아가씨>의 숙희와 히데코의 관계 

영화 <아가씨>의 상상치 못한 스토리의 중심에는 숙희(김태리)와 히데코(김민희)의 복잡한 관계가 있다. 숙희와 희데코의 관계는 속임수, 욕망, 권력에 대한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핵심 요소이다. 하녀와 귀족 아가씨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된 이 둘은 모두 외부의 힘에 의한 삶을 살고 있다. 하녀로 위장한 숙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에 의해 히데코의 세계에 심어지고, 히데코는 보호라는 명목하에 그녀를 통제하려는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무언의 강압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히데코를 속이기 위해 하녀가 되어 히데코에게 접근하는 숙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히데코와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히데코에 대한 숙희의 충성심과 애정이 점점 커짐에 따라 숙희는 자신의 임무와 상충되는 감정에 흔들려한다. 이런 속임수는 영화적 줄거리를 넘어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개인에게 부과된 제약을 상징한다. 서로에 대한 거짓이 드러나면서 <아가씨>는 욕망, 친밀감, 제약에서의 해방으로 전개된다. 특히 숙희와 히데코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상징적으로 그들을 묶고 있는 사회적 사슬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 시대에 동성 간의 사랑이 엄격한 사회적 잣대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하녀와 귀족이라는 계층의 제약 역시 사회적 통념에 강력하게 반하기 대문이다. 숙희와 히데코의 관계는 사랑에 대한 전통적 개념에 도전하고 진정한 자아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 이모부의 통제아래 갇혀 있던 히데코는 숙희와의 인연을 통해 변화를 맞이한다. 그들의 삶을 억압하는 남성들을 속이고 상황을 전복시키려는 그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치고 영화의 결말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아가씨> 속 은유와 상징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세심하게 짜놓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배경인 거대한 저택은 구불구불한 복도와 비밀의 방으로 채워져 있고, 이는 등장인물의 삶의 복잡성과 그들의 진정한 자아를 가리고 있는 속임수를 상징하는 장치이다. 저택의 미로 같은 모습은 영화의 복잡한 줄거리 구조를 상징하기도 하며 저택의 숨겨진 공간은 사회적 기대라는 표면 아래에 감춰진 비밀과 욕망을 상징한다. 또한 저택의 화려함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뿐만 아니라 사회 계층 구조와 권력의 불균형을 반영하고 있다. 호화로운 지상층과 비좁고 지저분한 지하층의 뚜렷한 대조는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빈부격차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다음으로 <아가씨>에서 두드러진 상징으로는 '나비'가 있다. 영화 초반, 히데코는 포획된 나비처럼 연약한 존재로 비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비의 상징은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히데코는 사회적 억압이라는 누에고치에서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나는 나비가 되며 이로써 나비는 변화와 자유의 상징이 된다. '책' 역시 <아가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영화 장면에서 등장하는 '책 속의 책'은 영화를 거듭하며 등장하는 반전과 같이 다양한 관점과 주관적인 성격을 의미한다. 숨겨진 진실이 드러날수록 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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